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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교회의 간판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사명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질서 있는 마무리가 가장 뜨거운 신앙의 고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라는 이름의 조직에 마치 사람의 존엄성과 같은 인격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느 날부터인가 한국 교회 안에서 교회의 ‘해산’이나 ‘닫음’은 금기어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사라지는 것을 마치 한 사람의 생명이 죽는 것 같은 비극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우리는 어떻게든 그 조직을 연명시키기 위해 목회자의 삶을 소진하고 성도들의 눈물 섞인 희생에 의존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이 ‘교회의 이름’입니까, 아니면 그 이름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예수의 정신’입니까? 만약 조직을 유지하는 일이 사명을 가로막고 리더의 영성을 갉아먹고 있다면, 우리는 용기 있게 그 도구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플랫폼(Platform)이어야 합니다.
조직을 신성화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사역을 위한 도구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생존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1. 홀로 버티는 사투가 낳는 비극: 방배동 목사님의 밤
최근 한 SNS에서 만난 목사님의 이야기는 우리를 깊은 슬픔에 빠뜨렸습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매달 월세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성도들에게 헌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해 홀로 가슴을 졸이는 그 사연 말입니다. 그 목사님은 누구보다 선한 목자였지만, '각자도생'이라는 비합리적인 구조는 그분의 선한 열정을 월세라는 차가운 현실로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열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혜의 문제입니다. 교회를 한 인격체처럼 여겨 어떻게든 존속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목회자를 영적인 번아웃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도구가 낡아 배가 가라앉고 있다면, 우리는 배를 수리하거나 더 안전한 플랫폼으로 옮겨 타야 합니다. 그것이 사명을 맡은 자의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2. 사명을 보호하는 ‘신뢰의 울타리’ : 약속의 힘
우리가 제안하는 컨소시엄 모델은 차가운 계약서가 아닙니다. 서로의 사명을 끝까지 지켜주기 위한 '신뢰의 울타리'입니다. 기존의 연합이 왜 실패했습니까? "은혜로 하자"는 모호함 속에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결정할지 정하지 않은 '무질서한 동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따뜻하지만 명확한 약속을 시작해야 합니다.
- 대등한 존중과 참여: 한 명의 권력에 종속되는 '세련된 하청'이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권한을 나눕니다.
- 함께 짊어지는 짐: 공간과 재정을 공유하여 리더 한 명이 모든 부담을 지지 않도록 경제적 안전망을 만듭니다.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합의: 사역의 형태가 변하거나 목적을 다했을 때, 서로 상처받지 않고 질서 있게 정리할 수 있는 '아름다운 퇴장'의 규칙을 미리 정해둡니다.
3. '내려놓음'이 시스템으로 구현될 때
진정한 내려놓음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불가능합니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언제든 자신의 역할을 내려놓아도 교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사역이 중단되지 않는 플랫폼이 구축될 때 목회자는 비로소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평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의 강점에 집중하며, 한 명의 부재가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 견고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회의 간판이 바뀌거나 건물이 사라지는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더 좋은 사역을 위해 우리가 맺은 약속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결론 : 도구를 넘어 본질로 가는 길
대형교회는 변화할 의지가 없고, 작은 교회들은 각자도생하다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종교적 체험과 영적인 변화는 간절해지는 시대입니다. 낡은 도구에 집착하느라 본질을 잃지 마십시오.
우리는 명확한 약속 위에서 뜨거운 사명을 공유하는 강소교회들의 연합을 꿈꿉니다. 조직의 장례식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죽을 때까지 사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함께 그 지혜로운 신뢰의 울타리를 만들어가지 않으시겠습니까?